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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의 종말 삶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왜 서로들 친절할 수 없을까. 이야기 속에서 갈등 요소가 빠질 수 없듯이 사람 관계도 갈등은 도사리고 있다. 다만 이야기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재미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작가가 일부러라도 꼭 발생시킨다면, 사람 간의 갈등은 그냥 갈등 그 자체다.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그럼에도 갈등은 수시로 유발하기 일쑤다. 말 한마디, 한순간의 표정과 몸짓에서 언제든지 부정적인 감정은 피어날 수 있다. 지레짐작이든 오해든, 갈등은 갈등일 뿐이다.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를 사더라도 손님과 직원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유발할 수 있다. 손님이 생각하기론 '왜 이 직원은 손님을 대하는 게 딱딱하지? 나한테만 그런 게 아닌 걸 아는데도 기분이 별로야.' 직원이 생각하기론 '왜 이 손님은 행.. 2023. 12. 19.
어느 날의 저녁 준비 닫아놓은 안방 문이지만 어쩔 수 없이 간간이 흘러나오는 통화 소리가 장장 1시간 만에 멎었다. 곧 엄마가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티비 소리와 엄마의 부엌으로 향하는 발걸음 소리가 어우러졌다. 개수대에서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나면서 엄마의 부름이 이어졌다. “저녁은 뭘로 먹을까? 갈치조림 괜찮아?” “엄마 마음대로.” “해서 안 먹으면 어떻게 내가 다 먹어. 같이 먹어야 하지.” “그럼 해.” “근데 느이 아버지는 비리다고 싫어할 것 같네. 뭘 하지?” 뒤이어 엄마의 저녁 반찬에 대한 혼잣말이 이어졌다. 심도 있는 투덜거림이다. 시계가 오후 다섯 시 십오분을 가리켰다. 여섯 시면 아빠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거나 때로는 지인들과 어울리다 밤늦게 들어올 텐데 오늘은 일찍 오는 날인 가보다. 시계 초침 움직임.. 2023.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