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8

친절의 종말 삶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왜 서로들 친절할 수 없을까. 이야기 속에서 갈등 요소가 빠질 수 없듯이 사람 관계도 갈등은 도사리고 있다. 다만 이야기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재미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작가가 일부러라도 꼭 발생시킨다면, 사람 간의 갈등은 그냥 갈등 그 자체다.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그럼에도 갈등은 수시로 유발하기 일쑤다. 말 한마디, 한순간의 표정과 몸짓에서 언제든지 부정적인 감정은 피어날 수 있다. 지레짐작이든 오해든, 갈등은 갈등일 뿐이다.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를 사더라도 손님과 직원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유발할 수 있다. 손님이 생각하기론 '왜 이 직원은 손님을 대하는 게 딱딱하지? 나한테만 그런 게 아닌 걸 아는데도 기분이 별로야.' 직원이 생각하기론 '왜 이 손님은 행.. 2023. 12. 19.
어느 날의 저녁 준비 닫아놓은 안방 문이지만 어쩔 수 없이 간간이 흘러나오는 통화 소리가 장장 1시간 만에 멎었다. 곧 엄마가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티비 소리와 엄마의 부엌으로 향하는 발걸음 소리가 어우러졌다. 개수대에서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나면서 엄마의 부름이 이어졌다. “저녁은 뭘로 먹을까? 갈치조림 괜찮아?” “엄마 마음대로.” “해서 안 먹으면 어떻게 내가 다 먹어. 같이 먹어야 하지.” “그럼 해.” “근데 느이 아버지는 비리다고 싫어할 것 같네. 뭘 하지?” 뒤이어 엄마의 저녁 반찬에 대한 혼잣말이 이어졌다. 심도 있는 투덜거림이다. 시계가 오후 다섯 시 십오분을 가리켰다. 여섯 시면 아빠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거나 때로는 지인들과 어울리다 밤늦게 들어올 텐데 오늘은 일찍 오는 날인 가보다. 시계 초침 움직임.. 2023. 12. 19.
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단순하다고 simple한 게 아니다. #수기인지 소설인지 #그럼에도 문학 #사실에 기반한 작품 (※주관적 감상의 견해일 뿐입니다.) 배경 : 프랑스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칼 같은 글쓰기라는 홍보문구에 홀려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대체 어떤 식으로 쓰였기에 칼이라는 섬뜩한 단어를 사용했을까?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수긍이 갔다. 논리 정연해서 칼같다고 표현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무서우리만치 솔직하게 사실적으로 써 내려갔다. 그렇다고 담담한가?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온갖 감정에 휘둘리고 혼자 상처받다 다시 괜찮아졌다 마치 정신병 환자 같은 나날들을 보낸 자신에 대해 썼는데 그게 또 절절하다. 그 원인은 모두 '사랑'때문이다. 이해는 간다. 오죽하면 '이 죽일 놈의 사랑'이라는 보편.. 2023. 6. 25.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 하야마 아마리 죽음의 준비의 끝에서 만난 새로운 생! #수기 #죽음 #다시 일어남 #라스베이거스 #스물아홉 (※주관적 감상의 견해일 뿐입니다) 배경 : 일본 / 시점 : 일인칭 주인공 시점 일본에서 출판되는 책 중 특화된 미스터리물, 장르물을 제외하고 대부분 수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 중에는 죽음과 연관된 것들이 많다. 주로 시한부, 불치병, 예기치 못한 사고에 관한 내용으로 인간의 감성을 후려치듯 자극한다. 눈물을 뽑고 싶다면 일본 영화나 책을 봐도 무방할 정도랄까. 웬만해선 슬픈 이야기는 읽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져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법도 한데 스물아홉이란 글자가 자꾸 끌어당겼다. 마침 그 당시의 나는 스물아홉을 앞두고 있었다. 아직은 스물여덟... 스물아홉이란 숫자를 달게 되면 세상도 바뀌게 되는 걸까? 미지의 .. 2022.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