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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설

비하인드 도어 behind closed doors - B. A. 패리스

by 헤헤나 2022. 7. 30.

이수영 옮김 / arte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진짜 영화화가 된다! (영화 판권 계약)

#심리   #스릴러   #사이코패스   #반전   #여성  #부부   

(※ 주관적 감상의 견해일 뿐입니다)


 배경 : 현대, 영국 / 시점 : 일인칭 주인공 시점

 

 현재, 과거, 현재, 과거, 현재... 의 순으로 이야기는 착착 진행된다.

 읽을 때는 모르는데 다 읽은 후 다시 책을 휘리릭 넘기다가 번뜩 깨닫는다. '아, 시간 순서가 왔다 갔다 했었지?' 

 번갈아 나오는 다른 시간설정임에도 이상하게 원래 놓여있어야 했던 자리였던 것처럼 서사가 깔끔하다. 방금 말했듯 읽으면서 어? 하고 헷갈리지 않는다. 작가가 적재적소에 판을 깔아놓아서 독자들은 페이지터너가 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스릴러 소설이 그렇듯 점점 뒤로 가면 갈수록 독자들이 궁금해 미쳐버리는 반응을 끌어낸다. 

 어떻게? 어떻게?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빨리 말해봐! 하고 애꿎은 책을 닦달하면서 도저히 놓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 책은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 글쎄, 남자'주인공'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주·조연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남자 캐릭터에게 받은 인상은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는 주된 인물이 여자였기 때문이다. 반면 여자주인공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일종의 시련들, 사건 발생 원인 제공자는 남자였기 때문에 이야기 제공 비율로 따지자면 주인공급으로 봐도 무방하긴 하다. 

 작가는 제일 첫 시작 부분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주요 인물들과 그 외 등장인물들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자리다. 언뜻 일상적이지만 여자의 행동과 심리, 남자의 표정과 말투에서 이상하게 어딘가 걸리적거리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뭔가' 있다고 여기게끔. 그 '뭔가'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시작을 알리는 스위치나 다름없다. 이제 첫 장을 연 독자들은 작가가 설계한 세상 속으로 뛰어든 셈이다. 다시 나오기는 쉽지 않다. 잘 짜인 서사구조라 더 몰입이 잘 되는 것도 있다. 딱히 이야기를 방해하거나 이간질하거나 남녀주인공 사이에 끼어드는 쓸데없는 인물이 없어 오롯이 작가가 안내해주는 대로 가기만 하면 된다. 방해되는 건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빨리 알고 싶어서 들썩이는 엉덩이뿐.

 

 이 소설이 인기 있는 이유를 꼽자면 우선은 읽는데 부담이 없다. 풀어서 얘기하자면 가독성과 가성비가 좋다는 얘기다. 여기서 가성비란 이야기를 꼬고 꼬아서 지어낸 게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재미와 희열을 준다는 뜻이다. 혼자서 추리해보고 생각해보고 복잡한 걸 푸는 재미로 책을 읽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그냥 작가가 건넨 줄을 잡고 그대로 따라가는 게 편한 독자들도 있다. 자칫 그런 얘기들은 밋밋할 수 있는데 이 책은 끝까지 나름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리고 예기치 않게 제일 끝부분에서 뒤통수치는 대사를 듣게 되는데... 어쩌면 제일 끝부분의 그 대사 하나를 위한 소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 부분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약간 소름이 돋는다... (그러니 읽어보시길) 동시에 제일 첫 부분부터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읽어보면 알 일) 

 작가는 마지막 부분을 쓰면서 얼마나 혼자 만족하며 키보드를 두드렸을지 부러워 미칠 지경이다. 어쩌면 마지막 대사를 먼저 정해놓고 소설을 쓴 게 아닐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그 정도로 내겐 강한 결말이었다. 때때로 이런 심리 스릴러 소설의 경우 마지막이 어떻게 끝나냐에 따라 여운의 길이가 달라진다. 재미는 있었는데 여운이 짧은 작품이 있고 약간의 의무감을 첨가하면서 읽었는데 이상하게 끝에 오니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으로 말하자면 뻔한 결말이다 싶은데 마지막 부분에서 여운이 제법 길게 남는 편이다. 아마 그래서 재밌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과거 알고 지내던 친구 부부를 보면서 이야기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녀의 조금 다른 시선으로 그 친구 부부를 봤을 때 완벽해 보이지만 한쪽이 통제되는 건 아닐까 하는 작은 의문을 가지면서 시작됐다. 물론 작가의 생각과 다르게 그 부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을 수도 있다. 그저 관찰에서 비롯되어 작가의 커다란 상상 주머니를 부풀게 만들어준 인물의 시작점이었다. 제임스 설터 역시 이야기의 영감을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 주로 카페나 공원 같은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 가서 앉아 대화를 듣는다고 했다. 그 대화를 토대로 그만의 소재와 인물을 만들어내 소설을 썼다. 아무리 지어낸 이야기라 해도 본디 소설은 세상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 우리가 사는 현실도 현실이지만  소설 속 세상도 현실과 별 다를 바가 없다.

 이 순간에도 실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남자에게 심리적 학대를 받으며 사는 여성들이 존재한다. 다른 누군가가 재빨리 눈치채서 도와주지 않는 한 그녀들은 벗어날 수 없고 익숙해져선 안 될 신체적, 심리적 학대에 점점 익숙해져 설사 도망칠 틈이 생겨도 도망갈 의지 자체가 사라져 포기와도 같은 삶을 살아간다. 작가의 처음 의도는 통제하는 자, 통제받는 자의 관계가 흥미로워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결국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포기를 놓지 않는 여성과 그런 여성을 도와주는 주변인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옆의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적어도 당사자에겐 큰 희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 사건의 당사자가 될 수도, 그 주변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마라. 그리고 포기하지 않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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