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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그 외

스페인 너는 자유다 - 손미나

by 헤헤나 2022. 8. 30.

손미나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기행문 그 이상의 책!

#손미나 #여행 #스페인

(※주관적 감상의 견해일 뿐입니다)


배경 : 스페인  / 시점 : 일인칭 주인공 시점

 

 대학교 3학년 방학 중 이 책은 내게로 다가왔다. 그 방학이란 게 여름인지 겨울인지 모르겠다. 당시 이 책을 읽었을 때 내 느낌은 '열정' 그 자체였다. 여름방학 중이었다면 스페인의 뜨거움을 만끽했을 테고 겨울방학 중이었다면 차디찬 추위를 스페인이란 나라에 대한 관심으로 불태웠을 테니. 그저 해외여행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나라가 이 책으로 인해 몸집을 불려 '나'라는 인간에게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스페인어 학원을 등록했다든지 당장 스페인으로 여행을 갔다든지 하는 식의 공간적인 변화는 아니었다. 말하자면 정서적 변화였다. '다 식어 빠진 가슴속 한 줌 열정의 가루를 뿌려준 책' 정도로 가늠하면 될 거다. 

 내게 있어 기행문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정도가 다였기에 여전히 학문적인 냄새가 나는 분야라고 여겼다. 그 인상을 깨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마치 운명처럼 이 책과 조우했고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책이 담고 있던 뜨끈한 열기가 내게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책의 앞부분은 그녀가 왜, 어떻게 스페인행을 결심하게 됐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나이는 앞자리 '3'을 붙인 상태에 한창 잘나가는 아나운서라는 직업. 여자로서는 가장 빛나고 보람차고 직업적으로 유능한 시기다. 이 상태에서 손미나 작가는 두 갈래 길을 제시했다. 계속 안주하며 안정적으로 살 것인가 혹은 완전히 방향을 틀어 다른 인생을 살 것인가. 만약 내가 손미나 작가였다면 생각은 해보되 굉장히 결정이 어려웠을 것 같다. 이미 일에 있어서 프로가 됐고 인정도 받으면서 안정된 이 상태를 굳이 비틀고 싶지 않단 말이다. 몸은 힘들어도 내게 돌아오는 무형 또는 유형의 이득이 많은데 굳이? 무엇보다 가장 걸리는 점은 한번 떠나면 이런 좋은 상태로 다시는 돌아오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녀와 나의 차이는 (성향 차이도 있겠지만) 열정의 크기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인생에서 '한창'이란 단어가 떠오를 때쯤이라면 한편으로 '안주'에 흡수되기도 쉽다. 과거에 살아 숨 쉬던 열정의 본체는 마치 신기루처럼 흩어지고 그나마 남은 잔재들로 습관처럼 하루하루를 맞이한다. 그건 매우 자연스럽다. 열정은 언제나 활활 타오를 순 없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잘 조작된 로봇이 수명을 다하기 전까지 그러겠지. 인간인 이상 언제나 같은 상태일 순 없다.

 그녀 역시 아나운서 생활 8년 동안 새벽부터 밤까지 정신없이 보내다가 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하고 싶었던 것들, 바라는 것들... 그리고 마침내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한다. 스페인행, 그게 바로 이 책이 탄생할 수 있었던 시발점이 된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마요르카, 세비야, 톨레도 등등 그녀가 경험한 모든 곳이 등장한다. 한국에서야 누구나 아는 유명인이지만 한국을 벗어나자마자 아무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동양에서 온 한 여성으로 바라본다. 그건 마치 그녀가 갓 태어난 갓난아기처럼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하는 걸 알려주는 알람과도 같았을 거다. 꼭 무언가 이루기 위해서 스페인으로 온 건 아니다. 다만 자꾸 가슴 속에서 외쳤다. 변화, 휴식, 새로움, 여행, 공부! 특히 그녀는 새로운 환경에서 무엇보다 공부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시험을 치르고 학생 신분이 된 그녀는 바르셀로나 대학원에서 좀 더 스페인어를 심도 있게 배우면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대학원 동료들과 언론학을 공부하게 된다. 

 

 이 책은 그녀가 다시 학생 신분이 되어 스페인에 완전히 녹아들어 생활하고 체험하고 다양한 외국 친구들을 사귀고 여행을 다닌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읽으면서 느낀 점은 (개인적으로 정말 부럽게도) 그녀는 어딜 가도 새로운 사람들을 사귄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욱 다양한 사람, 다채로운 일을 겪고 그만큼 느끼는 점들도 많다. 대리만족이랄까, '과연 내가 스페인에 갔었어도 저런 일들이 일어날까? 아니, 쉽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되는 일들이 그녀에겐 종종 일어난다. 그 점이 신기하면서 재미까지 더해져 책이 술술 읽혔다. 어느 정도냐면 마치 만화책을 읽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손에서 떼놓지 못할 정도였다. 다음 내용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에피소드마다 기대되고 기대한 보람이 있었던 만큼 웃음과 감동으로 가득했다. 

 

 책이 인간에게 감동, 생각의 변화 혹은 다른 느낌의 어떤 것을 쥐어다 준다면 그의 역할은 충분했다고 본다. 이 책은 그에 딱 들어맞는 책이다. 적어도 내게 심신의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20대, 그 찬란하고 인생에서 가장 기대가 큰 나이에 아무것도 하는 거 없이 심적으로 지친다고 느꼈다. 대체 뭐가 문제고 뭐가 필요할까 생각하던 중 이 책을 접했고 바로 이 생각을 떠올렸다.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지!' 

 그 뒤 손미나 작가는 (나 뿐만이 아니겠지만) 내게 하나의 롤모델이 되었다. 자유분방함, 솔직함, 용기, 배움 등을 몸소 보여주면서 독자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수레 역할을 하고 있다. 저 책이 발간된 뒤 실제로 그녀를 따라 스페인으로 떠난 이들도 꽤 된다. 그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손미나 작가의 책이 들려있었다. 작가에게 있어서 그만큼 보람되고 감동적인 일이 있을까? 나 역시 당장 스페인으로 떠나고 싶었으나 아직 미래 계획의 하나로 올려놨다. 여전히 내 안에 스페인에 대한 기대, 열정은 그대로다.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준비를 해나갈 계획이다. 

 만약 여행에 대한 갈망 특히나 스페인을 가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저 책을 한번은 거치는 것을 추천한다. 저 책을 읽고 나면 아마 더욱 스페인에 가고 싶어서 안달 난 자신이 보일 것이다. 이왕 가는 여행, 영 기대감이 없는 것보단 약간은 좋은 두근거림을 지니고 떠난다면 훨씬 적극적인 시선으로 그 나라를 보고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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