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2

어느 날의 저녁 준비 닫아놓은 안방 문이지만 어쩔 수 없이 간간이 흘러나오는 통화 소리가 장장 1시간 만에 멎었다. 곧 엄마가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티비 소리와 엄마의 부엌으로 향하는 발걸음 소리가 어우러졌다. 개수대에서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나면서 엄마의 부름이 이어졌다. “저녁은 뭘로 먹을까? 갈치조림 괜찮아?” “엄마 마음대로.” “해서 안 먹으면 어떻게 내가 다 먹어. 같이 먹어야 하지.” “그럼 해.” “근데 느이 아버지는 비리다고 싫어할 것 같네. 뭘 하지?” 뒤이어 엄마의 저녁 반찬에 대한 혼잣말이 이어졌다. 심도 있는 투덜거림이다. 시계가 오후 다섯 시 십오분을 가리켰다. 여섯 시면 아빠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거나 때로는 지인들과 어울리다 밤늦게 들어올 텐데 오늘은 일찍 오는 날인 가보다. 시계 초침 움직임.. 2023. 12. 19.
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단순하다고 simple한 게 아니다. #수기인지 소설인지 #그럼에도 문학 #사실에 기반한 작품 (※주관적 감상의 견해일 뿐입니다.) 배경 : 프랑스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칼 같은 글쓰기라는 홍보문구에 홀려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대체 어떤 식으로 쓰였기에 칼이라는 섬뜩한 단어를 사용했을까?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수긍이 갔다. 논리 정연해서 칼같다고 표현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무서우리만치 솔직하게 사실적으로 써 내려갔다. 그렇다고 담담한가?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온갖 감정에 휘둘리고 혼자 상처받다 다시 괜찮아졌다 마치 정신병 환자 같은 나날들을 보낸 자신에 대해 썼는데 그게 또 절절하다. 그 원인은 모두 '사랑'때문이다. 이해는 간다. 오죽하면 '이 죽일 놈의 사랑'이라는 보편.. 2023. 6. 25.